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시고서 읽는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1950년대 미국은 경제적 호황기를 맞이하여 유쾌한 낙관주의와 상업주의가 맞물려 요란스럽고도 고상한 시절을 맞이합니다.
5% 미만. 이례적으로 낮은 실업률로 중산층이 보편화된 대황금기 시대의 미국의 모습은 '미드센츄리'라는 수식어로 지칭되며 오늘날까지 적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오늘은 그 때 그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낸 사랑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3가지 소품을 집어가며 그 시절의 취향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2016년에 개봉해 불과 5년 만에 재개봉이라는 쾌거를 이룬 사랑 영화 <캐롤>.
코끝이 시린 겨울 두터운 외투에 종종걸음을 옮기다가도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크리스마스 무드가 잔뜩 묻어난 영화 <캐롤> 이야기.
함께 나눠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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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줄 인형을 찾고 있어요."

1. illumination 조명
1950년대 뉴욕 크리스마스를 앞둔 백화점 풍경으로부터 영화는 시작합니다. 반짝이는 종이와 울긋불긋한 리본, 산타 모자. 그리고 선물을 사려 북적이는 사람들. 캐롤 또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딸의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들르고 이곳에서 일하고 있던 테레즈의 도움을 받아 인형이 아닌 조금 더 특별한 선물을 주문하게 됩니다.
조심스레 주소를 적어 건네던 캐롤은 깜빡하고 장갑 한 짝을 놔두고 오게 되고 캐롤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던 테레즈는 약간의 관심과 호의로 캐롤에게 장갑을 돌려주게 되는데요. 캐롤은 테레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점심 식사를 함께 할 것을 요청합니다.
테레즈가 잰걸음으로 캐롤을 만나러 간 식당.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밝지 않은 실내에는 테이블마다 램프가 놓여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감정선을 전달하고자 클로즈업(Close-up) 기법으로 촬영된 장면이 적지 않은 만큼 램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스한 빛은 인물 간 감정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치 중 하나로 보이는데요.

캐롤과 테레즈, 두 번째 만남.
테레즈와 캐롤이 서로를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대개 따스한 빛깔의 테이블 램프와 플로어 램프가 인물들의 얼굴을 비추어 관심에서 호의로, 호의에서 애정으로 가는 인물의 감정선을 나타냅니다.
반면 캐롤과 이혼을 논하고 있는 하지는 어두컴컴한 밤 혹은 조명이 없는 공간에 자리해 캐롤의 얼굴에 어둠을 드리웁니다.

캐롤이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테레즈를 떠나간 후 테레즈가 캐롤의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는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흰 빛깔이 테레즈의 얼굴의 비추어 야윈 얼굴을 도드라지게 보여줍니다.
2. Film camera 필름 카메라

남자친구인 리처드보다 낡은 필름 카메라를 애지중지 다루며 '변변찮은' 카메라 하나 없다고 이야기하는 테레즈에게 캐롤은 갓 나온 따끈따끈한 필름 카메라를 건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요? 테레즈는 카메라를 애지중지하며 소중한 순간을 찍어 나갑니다.
그리고 캐롤이 떠난 빈자리를 꿈으로 채워 어엿한 사회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던 막연한 꿈에 다가선 테레즈와 마찬가지도 캐롤 또한 영화 말미에는 자신의 본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없는 선택지를 선택합니다.
사회의 종용에 연출된 자신의 모습이 있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또 있는 그대로를 앵글에 담아줄 테레즈에게 다가설 용기를 낸 것이죠.
3. ire telephone 유선 전화기

테레즈는 밤늦은 시간 이웃 주민의 타박을 들으면서도 캐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수화기를 듭니다. 그리고 외마디 사랑을 고백하죠. "보고 싶어요."
캐롤은 이렇다 대꾸를 하지 못하고 전화는 끊어집니다.
애타는 마음을 전달하기에는 짧은 전화선이지만 때로는 이들을 연결해 주는 장치로 또 이들이 오롯이 둘일 수 있게 고립시켜주는 장치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동그란 버튼을 하나씩 눌러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테레즈의 초조한 손길과 망설이며 수화기 버튼을 누르는 캐롤의 떨리는 손. 유선 전화기는 닿을 듯 닿을 수 없는 이들의 마음을 결국 전하지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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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랑에 빠져본 적 있어?"

자신에게 결혼을 재촉하는 남자친구에게 테레즈는 쏘아붙입니다. 테레즈는 자신이 오롯이 자신일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관계를 바랐던 것이 아닐까요. 때에 맞춰 결혼하고 연인이라면 응당해야 하는 행위가 필수 요소가 아닌 서로를 바라는 마음이 자연스레 발하는 그런 따스한 관계를 찾았던 것이죠.
1950년대 미국의 낙관적인 모습과 진심 어린 사랑이 한 데 어우러진 영화 <캐롤>은 주옥같은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 외에도 소품 그리고 패션 등 연출 면에서도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눈물 어린 이별에도 불구하고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라 여겨지며 오랜 시간 사랑받는 데는 이와 같은 연출이 한몫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차가운 바람이 언뜻 들이닥치는 가을밤.
함께해요! 따스한 사랑 영화 <캐롤> 다시 보기.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시고서 읽는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1950년대 미국은 경제적 호황기를 맞이하여 유쾌한 낙관주의와 상업주의가 맞물려 요란스럽고도 고상한 시절을 맞이합니다.
5% 미만. 이례적으로 낮은 실업률로 중산층이 보편화된 대황금기 시대의 미국의 모습은 '미드센츄리'라는 수식어로 지칭되며 오늘날까지 적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오늘은 그 때 그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낸 사랑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3가지 소품을 집어가며 그 시절의 취향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2016년에 개봉해 불과 5년 만에 재개봉이라는 쾌거를 이룬 사랑 영화 <캐롤>.
코끝이 시린 겨울 두터운 외투에 종종걸음을 옮기다가도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크리스마스 무드가 잔뜩 묻어난 영화 <캐롤> 이야기.
함께 나눠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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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줄 인형을 찾고 있어요."
1. illumination 조명
1950년대 뉴욕 크리스마스를 앞둔 백화점 풍경으로부터 영화는 시작합니다. 반짝이는 종이와 울긋불긋한 리본, 산타 모자. 그리고 선물을 사려 북적이는 사람들. 캐롤 또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딸의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들르고 이곳에서 일하고 있던 테레즈의 도움을 받아 인형이 아닌 조금 더 특별한 선물을 주문하게 됩니다.
조심스레 주소를 적어 건네던 캐롤은 깜빡하고 장갑 한 짝을 놔두고 오게 되고 캐롤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던 테레즈는 약간의 관심과 호의로 캐롤에게 장갑을 돌려주게 되는데요. 캐롤은 테레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점심 식사를 함께 할 것을 요청합니다.
테레즈가 잰걸음으로 캐롤을 만나러 간 식당.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밝지 않은 실내에는 테이블마다 램프가 놓여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감정선을 전달하고자 클로즈업(Close-up) 기법으로 촬영된 장면이 적지 않은 만큼 램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스한 빛은 인물 간 감정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치 중 하나로 보이는데요.
캐롤과 테레즈, 두 번째 만남.
테레즈와 캐롤이 서로를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대개 따스한 빛깔의 테이블 램프와 플로어 램프가 인물들의 얼굴을 비추어 관심에서 호의로, 호의에서 애정으로 가는 인물의 감정선을 나타냅니다.
반면 캐롤과 이혼을 논하고 있는 하지는 어두컴컴한 밤 혹은 조명이 없는 공간에 자리해 캐롤의 얼굴에 어둠을 드리웁니다.
캐롤이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테레즈를 떠나간 후 테레즈가 캐롤의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는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흰 빛깔이 테레즈의 얼굴의 비추어 야윈 얼굴을 도드라지게 보여줍니다.
2. Film camera 필름 카메라
남자친구인 리처드보다 낡은 필름 카메라를 애지중지 다루며 '변변찮은' 카메라 하나 없다고 이야기하는 테레즈에게 캐롤은 갓 나온 따끈따끈한 필름 카메라를 건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요? 테레즈는 카메라를 애지중지하며 소중한 순간을 찍어 나갑니다.
그리고 캐롤이 떠난 빈자리를 꿈으로 채워 어엿한 사회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던 막연한 꿈에 다가선 테레즈와 마찬가지도 캐롤 또한 영화 말미에는 자신의 본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없는 선택지를 선택합니다.
사회의 종용에 연출된 자신의 모습이 있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또 있는 그대로를 앵글에 담아줄 테레즈에게 다가설 용기를 낸 것이죠.
3. ire telephone 유선 전화기
테레즈는 밤늦은 시간 이웃 주민의 타박을 들으면서도 캐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수화기를 듭니다. 그리고 외마디 사랑을 고백하죠. "보고 싶어요."
캐롤은 이렇다 대꾸를 하지 못하고 전화는 끊어집니다.
애타는 마음을 전달하기에는 짧은 전화선이지만 때로는 이들을 연결해 주는 장치로 또 이들이 오롯이 둘일 수 있게 고립시켜주는 장치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동그란 버튼을 하나씩 눌러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테레즈의 초조한 손길과 망설이며 수화기 버튼을 누르는 캐롤의 떨리는 손. 유선 전화기는 닿을 듯 닿을 수 없는 이들의 마음을 결국 전하지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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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랑에 빠져본 적 있어?"
자신에게 결혼을 재촉하는 남자친구에게 테레즈는 쏘아붙입니다. 테레즈는 자신이 오롯이 자신일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관계를 바랐던 것이 아닐까요. 때에 맞춰 결혼하고 연인이라면 응당해야 하는 행위가 필수 요소가 아닌 서로를 바라는 마음이 자연스레 발하는 그런 따스한 관계를 찾았던 것이죠.
1950년대 미국의 낙관적인 모습과 진심 어린 사랑이 한 데 어우러진 영화 <캐롤>은 주옥같은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 외에도 소품 그리고 패션 등 연출 면에서도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눈물 어린 이별에도 불구하고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라 여겨지며 오랜 시간 사랑받는 데는 이와 같은 연출이 한몫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차가운 바람이 언뜻 들이닥치는 가을밤.
함께해요! 따스한 사랑 영화 <캐롤> 다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