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품디자인, 하나씩 살펴보면 같은 제품이라도 디자인은 제각각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디자인에 참고해야 하는 어떠한 고정적인 틀이라도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은 많은 예술가들이 그룹을 이루면서 발전해온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늘은 그 당시의 여러 그룹 중에서도 '아르키줌 아소시아티(Archizoom Associati)'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 보려고 한다.

ⓒ architectuul
시간을 거슬러 1960년대로 가본다. 이 때는 모더니즘에 변화가 생긴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모더니즘의 기능주의와 합리주의 철학에 염증을 느낀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스스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1966년, 이탈리아에서 지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안드레아 브란치가 디자인 스튜디오 그룹을 결성했다. 질베르토 코레티, 파올로 데가넬로, 마시모 모로치가 그 구성원이다.
아르키줌 아소시아티, 한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이 이름도 나름의 모티브가 있다. 아방가르드 영국 건축 집단인 아키그램(1950년대 영국을 풍미했던 팝 문화를 반영하는 일종의 팝아트적인 건축 경향)과 그들의 저널인 'Zoom'에서 가져와 만들어졌다.

ⓒ poltronova
이들은 상당히 실험적인 건축과 디자인을 발표했다. 기존의 관료적이고 다소 정체되어 있던 모더니즘의 건축 디자인에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만은 영국의 아키그램, 이탈리아의 스튜디오 알키미아, 슈퍼 스튜디오, 그루포 스트룸 등과 함께 '급진적 건축', '페이퍼 건축' 등 방식으로 표출 되었다. 물론 아소시아티 역시 당시의 대중문화와 그들만의 키치한 취향을 결합시켰다. 더불어 이후에 이들은 모던 디자인이 추구했던 엘리트적 취향, 조화롭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공격하고 조롱하는 안티 디자인 운동까지 이끌기도 했다.

아르키줌 아소시아티가 이런 변화를 일으킨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공존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모던 디자인의 출발점이 밀라노가 아닌 피렌체가 된 것도 이들의 저항 정신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이러한 관점은 디자인으로 표출되었는데, 실용성이 높은 의자 제품에서 남다른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형태부터 남다르다, 미스(Mies)

ⓒ Maas museum, Mies Chair and footstool, 1969년
모더니즘의 아버지라고 하는 미스 반데어로에의 이름을 딴 '미스'라는 의자도 그에 대한 존경이 아닌, 기능주의 디자인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다. 미스 체어는 기능주의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대표 신념에 위배 된다. 라텍스 고무를 팽팽히 잡아당겨서 만든 이 좌석은 비어있을 때는 경사가 마치 쐐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의자 디자인으로는 부적합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시각적으로는 반기능주의라도, 실제로 앉았을 때는 편안함을 느껴볼 수 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사파리(Safari)

ⓒ galerie-canvese, 사파리(Safari), 1968년
여러 의자를 합치면 커다란 정사각형의 소파가 되는 사파리 의자는 앉는 부분에 가짜 표범의 가죽을 덮었다. 표범 가죽으로 인해 밋밋해보일 수 있었던 디자인에서 빗겨나간 것이다. 이렇게 모던 디자인이 지향하는 좋은 취향의 거드름을 비웃기도 했다.
하나의 가구가 아니다,
상상력 자극 수페론다(Superonda)

ⓒ 1stDibs, Superonda, 1966년
수페론다는 유독 독창적인 디자인이 쉽게 느껴지는 제품이다. 브란치가 처음으로 디자인한 가구이며, 처음에는 생산까지 생각해두지 않고 디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합판으로만 제작했던 시험 제작 모델이 실제 생산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2개의 유닛으로 이루어진 수페론다는 큰 파도를 의미하는 이름대로 굴곡진 디자인이 뚜렷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유닛은 어떻게 배치하냐에 따라 벤치, 소파 혹은 침대로도 활용할 수 있다. 처음 아르키줌 아소시아티 그룹을 결성했을 때 그는 단순한 모더니즘을 배제하는 것이 1순위였기에 사용하는 사람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 dorotheum, Safari
이들은 가구가 기능에만 집중하여 제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능주의'의 모습을 어느 정도 분해 시켜놓았다. 추구하고자 했던 모습을 다소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표출했으며, 생각보다 실용성에서도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이와 같이 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나 자신감 있게 선전포고를 한 그들의 정신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으며, 많은 제품 디자인에 또다른 모티브가 되어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과거에도 많은 예술가들이 이렇게 뜻을 함께하며 시도를 해왔는데,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서도 디자인적인 반작용으로 새로운 예술 경향이 또 한 번 나타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물론 지금도 곳곳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오는 디자이너들이 많으니 ,시야를 넓혀서 다양한 디자인에 호기심을 갖고 탐색해보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그것이 디자인 분야에서 흐르는 또 다른 시간이 되지 않을까.
제품디자인, 하나씩 살펴보면 같은 제품이라도 디자인은 제각각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디자인에 참고해야 하는 어떠한 고정적인 틀이라도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은 많은 예술가들이 그룹을 이루면서 발전해온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늘은 그 당시의 여러 그룹 중에서도 '아르키줌 아소시아티(Archizoom Associati)'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 보려고 한다.
ⓒ architectuul
시간을 거슬러 1960년대로 가본다. 이 때는 모더니즘에 변화가 생긴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모더니즘의 기능주의와 합리주의 철학에 염증을 느낀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스스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1966년, 이탈리아에서 지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안드레아 브란치가 디자인 스튜디오 그룹을 결성했다. 질베르토 코레티, 파올로 데가넬로, 마시모 모로치가 그 구성원이다.
아르키줌 아소시아티, 한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이 이름도 나름의 모티브가 있다. 아방가르드 영국 건축 집단인 아키그램(1950년대 영국을 풍미했던 팝 문화를 반영하는 일종의 팝아트적인 건축 경향)과 그들의 저널인 'Zoom'에서 가져와 만들어졌다.
ⓒ poltronova
이들은 상당히 실험적인 건축과 디자인을 발표했다. 기존의 관료적이고 다소 정체되어 있던 모더니즘의 건축 디자인에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만은 영국의 아키그램, 이탈리아의 스튜디오 알키미아, 슈퍼 스튜디오, 그루포 스트룸 등과 함께 '급진적 건축', '페이퍼 건축' 등 방식으로 표출 되었다. 물론 아소시아티 역시 당시의 대중문화와 그들만의 키치한 취향을 결합시켰다. 더불어 이후에 이들은 모던 디자인이 추구했던 엘리트적 취향, 조화롭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공격하고 조롱하는 안티 디자인 운동까지 이끌기도 했다.
아르키줌 아소시아티가 이런 변화를 일으킨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공존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모던 디자인의 출발점이 밀라노가 아닌 피렌체가 된 것도 이들의 저항 정신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이러한 관점은 디자인으로 표출되었는데, 실용성이 높은 의자 제품에서 남다른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 Maas museum, Mies Chair and footstool, 1969년
모더니즘의 아버지라고 하는 미스 반데어로에의 이름을 딴 '미스'라는 의자도 그에 대한 존경이 아닌, 기능주의 디자인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다. 미스 체어는 기능주의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대표 신념에 위배 된다. 라텍스 고무를 팽팽히 잡아당겨서 만든 이 좌석은 비어있을 때는 경사가 마치 쐐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의자 디자인으로는 부적합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시각적으로는 반기능주의라도, 실제로 앉았을 때는 편안함을 느껴볼 수 있다.
ⓒ galerie-canvese, 사파리(Safari), 1968년
여러 의자를 합치면 커다란 정사각형의 소파가 되는 사파리 의자는 앉는 부분에 가짜 표범의 가죽을 덮었다. 표범 가죽으로 인해 밋밋해보일 수 있었던 디자인에서 빗겨나간 것이다. 이렇게 모던 디자인이 지향하는 좋은 취향의 거드름을 비웃기도 했다.
ⓒ 1stDibs, Superonda, 1966년
수페론다는 유독 독창적인 디자인이 쉽게 느껴지는 제품이다. 브란치가 처음으로 디자인한 가구이며, 처음에는 생산까지 생각해두지 않고 디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합판으로만 제작했던 시험 제작 모델이 실제 생산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2개의 유닛으로 이루어진 수페론다는 큰 파도를 의미하는 이름대로 굴곡진 디자인이 뚜렷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유닛은 어떻게 배치하냐에 따라 벤치, 소파 혹은 침대로도 활용할 수 있다. 처음 아르키줌 아소시아티 그룹을 결성했을 때 그는 단순한 모더니즘을 배제하는 것이 1순위였기에 사용하는 사람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 dorotheum, Safari
이들은 가구가 기능에만 집중하여 제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능주의'의 모습을 어느 정도 분해 시켜놓았다. 추구하고자 했던 모습을 다소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표출했으며, 생각보다 실용성에서도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이와 같이 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나 자신감 있게 선전포고를 한 그들의 정신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으며, 많은 제품 디자인에 또다른 모티브가 되어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과거에도 많은 예술가들이 이렇게 뜻을 함께하며 시도를 해왔는데,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서도 디자인적인 반작용으로 새로운 예술 경향이 또 한 번 나타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물론 지금도 곳곳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오는 디자이너들이 많으니 ,시야를 넓혀서 다양한 디자인에 호기심을 갖고 탐색해보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그것이 디자인 분야에서 흐르는 또 다른 시간이 되지 않을까.